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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국정원 문건 ① 비밀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사업 내세워 주가조작" 정황 ② 쌍방울, 北 정찰총국 이호남과 '주가 조작' 공모 정황 ③ 블랙요원 법정 증언 "쌍방울 주가조작, 다른 요원이 먼저 포착"

by Jigton GAL 2024.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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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비밀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사업 내세워 주가조작" 정황

 

뉴스타파는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북한 측 인사와 사전에 모의했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익금도 북측과 나누기로 했다는 첩보 등이 담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 모두 45건에 이르는 문건에는 쌍방울이 대북 사업 호재를 이용해 주가 조작에 나설 가능성을 국정원이 사전에 포착했고, 그에 따른 대책까지 세웠던 사실도 들어있다.   

김성태 회장의 대북 송금 목적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였다는 국정원 첩보는, 경기도가 추진한 스마트팜 사업과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위한 대가로 대북 송금이 이루어졌다는 지난 2년 간의 검찰 수사 내용과 배치된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급 비밀 문건 3건을 제출받은 공문(2023.5.19.)

국정원 비밀 문건 최초 공개...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의 '스모킹건'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성태 쌍방울회장이 북측에 건넨 '800만 달러'의 사용처다. 검찰은 김성태와 쌍방울 임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북측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이재명 도지사에게 모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국정원 문건에는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과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미끼로 북측과 사전에 짜고, 주가 부양을 시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국정원 문건 내용이 사실일 경우, 김성태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은 '경기도 비용 대납'이 아닌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또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뉴스타파는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국정원 비밀 문건의 내용을 오늘(20일)부터 연속해서 보도할 계획이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1쪽(2019.2.1 생산)

국정원 문건 45건 중 3건은 '2급 비밀'...김성태와 안부수 주시한 국정원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지난해 5~6월 국정원을 세 차례 압수수색해 문서 45건을 확보했다. 분량은 140여 쪽이다. 문건 작성자는 국정원 대북 정보 담당 요원들이다. 문건에는 이들이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첩보를 수집해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신원이 철저히 가려진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 씨가 작성한 보고서 3건은 '2급 비밀'로 분류됐다. 극도로 민감한 내용은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하는 단계에서 이미 지워졌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는 지난해 6~7월 재판에 증인으로 두 차례 출석했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아직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뉴스타파는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 파악에 '국정원 문건'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검증해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2018년부터 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 안부수 회장과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을 밀착 관리했다. 국정원은 경기도와 쌍방울이 각각 추진하는 대북 사업 전반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 북한 고위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임무'를 주기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쌍방울과 경기도를 북한 측과 연결해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국정원이 '협조자'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안 회장은 국정원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북측 고위 인사들에게 명품 시계, 명품백, 달러화 등을 건넸고,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국정원에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쌍방울은 안부수의 북한 인맥을 등에 업고 북한 고위 인사들을 수시로 만났고, 결국 대북 사업 협약까지 맺는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 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2쪽(2019.2.1. 생산)

대북사업 호재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 부양'...국정원, 협조자와 관계 종결

그러나 국정원은 협조자로 관리하던 안부수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2019년 2월 1일, 블랙요원 김 씨가 작성한 2급 기밀 문건의 제목은 '○○96○○ 종결 계획'이다. 여기서 ○○96○○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지칭한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협조자 주변 인물의 주가 조작 실행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정원 연루설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면서 안부수의 협조자 지위를 종결하겠다고 적었다. 다만, 이 종결이 누구의 결정인지는 내용을 볼 수 없게 가려진 상태다. 
요원 김 씨가 문건을 작성하기 2주 전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은 중국 심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위)와 대북 사업 협약을 체결한다.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 등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사업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맡았다.(나노스는 SBW생명과학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올해 3월 다시 퓨처코어로 상호변경했다. 퓨처코어는 현재(5월 20일) 거래정지 중이다.)
국정원은 협조자(안부수)가 협약 엿새 뒤인 1월 24일에 '나노스'의 이사로 취임한 사실을 포착했다. 문건은 또 나노스가 주식 시장에 대북 사업과 관련한 각종 호재 정보들을 임의로 흘리면서 나노스 주가가 '1월 초 5천원선에서 1.24경 9천원으로 수직 상승'한 사실도 기재했는데, 이것도 협조자 안부수와 관계를 끊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4쪽(2019.2.1 생산)

2급 비밀에 등장한 쌍방울 오너 김성태...주가 조작에 국정원 연루 가능성 차단 

블랙요원 김 씨는 안부수와 관계를 종결하는 사유로 '○○96○○ 주변 인물(쌍방울 오너 김성태)의 주가 조작 및 국정원 연루 의혹 제기 가능성에 따른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종결(1.30.)'이라고 적었다. 이 내용 바로 아래는 가림막 처리 됐는데, 김성태의 주가 조작 가능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는 휴대전화 카메라 모듈 등 부품 생산을 한 곳이다. 그런데 2019년 1월 쌍방울이 대북 사업 협약을 하기 직전, 나노스는 사업 분야에 '광물자원 개발'을 추가했고,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등 대북 관련 인물들을 전격 영입해서 발표했다. 다음달 미국과 북한의 베트남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잇따른 대북 관련 호재로 나노스의 주가가 두 배 가까이 폭등했는데 국정원이 이를 눈여겨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요원 김 씨는 '김성태가 이화영 부지사 및 ○○96○○을 앞세운 주가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향후 當院(국정원) 연루의혹 제기 가능성 등 활용 시 위험성 지적'이라고 적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일각에서 '국정원 연루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사전에 예측한 것이다. 
이는 요원 김 씨가 안부수를 협조자로 활용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까지 지급해온 상황에서 안부수가 김성태의 대북 사업을 통한 '주가 조작'을 돕거나 방조했다가 사후에 적발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요원 김 씨는 2019년 1월 30일 지난 8개월간 관리해 온 협조자 안부수와의 관계를 즉시 종결해야 한다고 상부에 보고했고 결국 받아들여진 것이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5쪽(2019.2.1. 생산)

 또 다른 국정원 문건엔  '쌍방울이 북한과 주가조작 수익 나누기로 했다' 첩보

김성태 회장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북측에 건넨 800만 달러는 모두 경기도 및 이재명 지사를 위한 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자신에 대해 대북 사업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 주가가 오르지도 않았다는 게 김성태 회장의 입장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국정원 문건에는 "북측 고위 인사가 쌍방울과 주가 조작 수익을 나누기로 약속하고, 구체적인 액수의 돈을 상납받는 방법까지 모색한 사실이 있다"는 첩보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문건의 작성자는 요원 김 씨가 아니었다. 이는 또 다른 대북 담당 요원도 투입돼 경기도와 쌍방울, 안부수 대북 행각을 면밀하게 감시해왔다는 방증이다. 
45건의 국정원 문서를 종합하면,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이 계열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대북 사업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확인된다. 자사의 주가 부양을 위해 북측에 협조를 부탁했고, 그에 따라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다면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성태 회장에 대한 '주가 조작(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 혐의는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뒤늦게 국정원 문건을 확보한 검찰이 이를 토대로 주가 조작의 실체가 있는지 추가 수사를 벌일 확률은 적어 보인다. 그럴 경우, 북으로 건너간 800만 달러의 성격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쌍방울, 北 정찰총국 이호남과 '주가 조작' 공모 정황 

뉴스타파는 검찰이 수사 중인 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를 담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비밀 문건을 입수해서 보도하고 있다. 모두 45개 문건으로 분량은 140여 쪽에 달한다. 어제(20일) 뉴스타파는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이 대북 사업을 미끼로 계열사의 주가 조작을 펼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한 국정원 2급 비밀 문건을 공개했다.(관련 기사 : [국정원 문건]① 비밀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사업 내세워 주가조작" 정황]   
오늘(21일)은 국정원이 처음부터 우려했던 김성태의 '주가 조작' 정황이 더욱 자세히 기재된 국정원 문건을 추가로 공개한다. 여기에는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대북 사업 협약 등을 통해 자사의 주가를 부양하는 대가로 북측에 거액의 금품 제공을 약속했다는 첩보가 등장한다. 만약 첩보가 사실이라면, 김성태 회장이 북측에 건넸다는 800만 달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대북 송금 800만 달러의 실체 가늠할 '국정원 비밀보고서' 

검찰은 쌍방울 관계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800만 달러의 사용처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500만 달러)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이라고 주장한다. 경기도가 내야 할 돈을 김성태가 대신 내줬을 뿐, 쌍방울의 대북 사업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달 7일, 1심 선고를 앞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서도 800만 달러의 사용처가 핵심 쟁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와 외국환관리법 위반(불법 대북송금)의 공범 신분이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가 북측에 돈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몰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 1월 31일자 국정원 보고서 1쪽.  

핵심 인물은 남측은 아태협 '안부수', 북측은 정찰총국 공작원 출신 '이호남' 

국정원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쌍방울 김성태 회장,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북한 인사 접촉을 면밀하게 체크했다. 특히 국정원은 안부수 회장을 협조자로 발탁해서 대북 정보 수집에 동원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2018년에 안부수는 통일전선부 김성혜 책략실장과 연락이 되는 거의 유일한 대북 사업가였다. 그 당시 김성혜는 북-미 베트남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실무 조율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사진을 찍을 정도의 실세였다. 국정원은 김성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안부수에게 거액의 특수활동비까지 지급했다.
그런데 국정원 문건과 검찰 수사기록을 종합하면, 안부수에게 김성혜를 소개해준 건 북한 정찰총국 대남 공작원 출신 이호남(본명은 리철, 1954년생)이다. 그는 국정원 문건 곳곳에 북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참사 이호남 혹은 리호남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안부수와 김성태가 중국에서 북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이호남이 나온다. 김성태는 법정에서 그가 2019년 7월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300만 달러로 조율했을 당시 북측의 협상 창구가 이호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호남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안기부 블랙요원 흑금성(황정민 역)의 북측 사업 파트너로 나온 북 대외경제위 처장 이명운(이성민 역)의 실존 모델이다. 이호남은 이름과 소속, 직책을 계속 바꿔가며 30년 넘게 대남 공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문역이란 타이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31일자 국정원 보고서 2쪽.

北 정찰총국 이호남 "쌍방울 계열사 주가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받기로"

국정원 대북 담당 요원은 2020년 1월 31일에 쌍방울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건의 제목은 '北 이호남, 쌍방울의 대북사업 이용 주가조작 시도 언급'이다. 문건 1쪽에는 '北 정찰총국 이호남은 지난해(2019년) 3월경 김○○(남측 대북 사업가)에게 "대북 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며 "쌍방울이 (주가조작) 수익금을 1주일에 50억 원(총액 미상)씩 김○○에게 전달하도록 할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첩보 내용이 적혀 있다. 이호남이 평소 친분이 있던 대북사업가 김○○에게 쌍방울로부터 약속받은 주가조작 수익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호남은 쌍방울이 2019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사업 협약서를 작성할 때도 개입했다. 그런 이호남이 쌍방울의 주가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1주일에 50억 원씩 받기로 했다고 남측 대북 사업가에 직접 말했다는 것이다. UN의 대북 제재를 의식한 듯, 국내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꾼 뒤에 중국 선양(심양)으로 보내달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호남의 제안을 받은 대북 사업가 김○○은 "만약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면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사업이 다 틀어질 수 있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김○○은 "이호남이 최근에도 자신에게 대북 사업 과정에서 돈이 부족하면 쌍방울을 물주로 소개해주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0년 1월 31일자 국정원 보고서 3쪽.

대북 합의서 '공개 체결식' 급했던 쌍방울...최고급 말안장 상납하고 통전부 접촉

쌍방울이 대북 사업 협약식을 맺으면서 북한에 사업 권리금 명목으로 1억 달러를 약속한 사실도 문건에서 확인된다. 또 쌍방울은 태양광 발전이나 내복 지원을 명목상으로 내세웠을 뿐, 북한의 희토류 자원 공동 개발이 협약의 핵심이고, 이를 위해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2019년 1월에 '광물자원 개발'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추가한 사실도 기재됐다.
2019년 2월 북-미 베트남 정상회담 결렬로 이후의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얼음장 같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쌍방울은 "북측과 물밑 접촉을 지속하면서 합의서 공개 체결식을 요청 중인 가운데 금년(2020년) 들어서는 사업 강행 의지도 표출"했다는 게 국정원 문건에서 확인된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쌍방울은 북한과 두 차례 맺은 사업 협약서를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회장은 재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방북할 때 같이 가서 협약식을 공개적으로 체결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2019년 당시에 쌍방울은 대북 사업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협약을 맺었지만, 이를 코스닥 시장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가 없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쌍방울 입장에서는 공개적인 '체결식'이 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 문건에는 당시 쌍방울의 적극적인 대북 구애 행보가 상세히 적혀있다.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이 2019년 3월 이후 통일부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북측 인사들을 만난 것, UN 제재를 어기고 북조선 아시아태평양평위원회(아태위)에 최고급 말안장을 전달(11.27.)하고, 북 통전부 주선으로 마카오에서 미상 인물을 접촉(12.9.)한 사실도 국정원은 모두 파악해 보고서에 담았다.

대북 사업가 김○○ "국정원 문건 속 내 발언은 모두 사실" 

뉴스타파는 국정원 문건 내용의 진위를 검증했다. 우선 문건에 등장하는 대북 사업가 김○○에게 이호남이 제안했다는 주가조작 수익금 분배에 관한 내용이 사실인지 물었다.
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호남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절친이고, 그때 내가 이호남을 직접 만난 건 아니고 이호남을 만나고 온 우리 회사 직원이 국정원 문건 내용과 같은 제안을 듣고 와서 나한테 보고했다. 이후에 내가 이호남의 제안을 욕하다시피 하며 거절한 것도 사실이며, 이호남이 내게 쌍방울을 소개해주겠다고 한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중요한 내용 같아서 그 당시에 이런 내용을 모두 적어서 통일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호남이 혼자 지어내 말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북측과 '주가 조작' 혹은 '주가 부양'을 위해 모종의 뒷거래를 했다는 국정원 문건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성태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은 법정에서 "경기도와 이재명 도지사를 위해 800만 달러를 북측에 건넸다"고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자신들의 대북 사업을 위해 건넨 게 아니라는 취지다. 쌍방울을 북한과 이어준 안부수 아태협 회장도 비슷한 진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안부수는 쌍방울 계열사의 이사로 재직하며 쌍방울과 한몸처럼 움직인 사실이 포착된다. 그는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협조자였음에도, 국정원에 쌍방울과 자신의 관계를 숨기다가 발각돼 협조자의 지위를 박탈당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정원은 쌍방울이 정부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북측과 접촉하고, 수시로 UN 제재를 어기는가 하면, 심지어 북측 고위 인사와 주가 조작까지 공모한 정황 등 쌍방울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45개의 국정원 비밀 문건에서 확인된다. 

 

 

 

 

③ 블랙요원 법정 증언 "쌍방울 주가조작, 다른 요원이 먼저 포착"

뉴스타파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사건 실체를 담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비밀 문건을 입수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오늘(22일)은 국정원 비밀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요원 중 한 명인 김모 씨의 법정 증언을 처음 공개한다. 김 씨는 뉴스타파가 지난 20일 공개한 2급 비밀보고서 '○○96○○ 종결 계획'을 직접 작성했다.(관련 기사 : [국정원 문건]① 비밀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사업 내세워 주가조작" 정황)
신원과 임무가 베일에 가려진 블랙요원인 김 씨의 법정 증언은 국정원 보고서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지난해 5~6월 두 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총 45건, 140쪽 분량의 비밀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지난해 6월 20일 김 씨는 대북 송금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요청으로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김 씨는 자신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국정원 협조자로 발탁한 이유와 안 씨에게 자신이 하달한 공작 임무와 보고서 작성 경위 및 배경 등을 자세하게 증언했다. 특히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이용한 주가 조작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고 검증했는지도 검사에게 설명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쌍방울의 주가 조작 움직임은 국정원의 다른 파트에서도 이미 포착한 상태였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3쪽(2019.2.1. 생산)

고위 대북 라인 확보한 민간인 안부수 '협조자' 발탁 후 대북 공작

요원 김 씨에게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소개한 사람은 국정원의 퇴직 선배였다. 안 회장에게 구체적인 대북 라인이 있다고 들은 김 씨는 서울 강남의 국정원 안가에서 안부수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뒤 북축의 어떤 인물들을 공작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2급 비밀 보고서 '○○96○○ 종결 계획' 3쪽에 시간 순으로 적혀 있다.
안부수는 중국 단둥의 조선족 사업가인 박대용을 통해서 북한 정찰총국 출신 이호남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후 이호남이 안 씨에게 김성혜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 책략실장을 소개해줬다.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우리의 국정원과 통일부를 합친 개념이다.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에도 이호남과 김성혜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대북 사업가는 극히 드물었다. 이에 요원 김 씨는 안부수를 협조자로 발탁하고 통전부 실세인 김성혜 실장을 공작 타깃으로 삼았다. 안부수는 초기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까지 받으면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요원 김 씨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안부수는 '54', 이화영은 '48'이란 숫자로 표기됐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 씨가 작성한 보고서 1쪽(2018.12.3. 생산)

국정원 요원 "협조자(안부수)가 쌍방울과 북측 만난 사실 숨겼다"

그런데 안부수가 쌍방울을 만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안부수는 2018년 11월 29일~12월 2일에 중국 심양(선양)에서 김성혜 통전부 실장과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원장 등을 만났다. 이 출장에 쌍방울 김성태 회장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안부수는 쌍방울과 김성태의 존재를 요원 김 씨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는 대북 공작에 치명적인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요원 김 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걸 밝히는 것은 사실 자괴감이 많이 듭니다. 첫 번째, 우리 업무에서 기밀성이 최고의 덕목인데, 안부수 회장하고 같이 일을 하면서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자괴감이 들고, 두 번째는 바로 이 질문입니다. 저는 11. 29~12. 2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이때 안부수 회장이 저한테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중국에) 같이 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중에 알게 됩니다. 안부수 회장이 12월 중순에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그때 쌍방울도 갔었다는 얘기를 해가지고 그때부터 '좀 이상하게 벗어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점입니다....(중략).... 제 고유의 사업 (김성혜를 타깃으로 한 대북공작)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제 3자가 들어오게 되면 힘들어지니까 쌍방울 쪽이랑 접촉을 안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 국정원 요원 김 모 씨 증인신문 중 (2023.6.20)
안부수가 임의로 쌍방울 김성태 회장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국정원 요원 김 씨의 대북 공작에 차질이 생겼고, 이에 쌍방울 김성태 회장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주가 조작' 움직임 '교차'로 확인하고, 협조자 종결 처리 

김 씨는 2019년 2월 1일에 2급 비밀 문건 '○○96○○ 종결 계획'을 작성했다.  ○○96○○은 협조자 안부수를 뜻하고, 종결이란 표현은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안부수가 국정원에 보고하지 않고 쌍방울 김성태를 중국 출장에 데려간 지 약 두 달 만이다. 보고서 4쪽에 종결 사유로  '○○96○○ 주변 인물(쌍방울 오너 김성태)의 주가 조작 및 국정원 연루 의혹 제기 가능성에 따른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종결(1.30.)'이라고 적었다. 
검사는 김 씨에게 이 문건을 제시하고 "김성태의 주가 조작 실행 가능성이란 것은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4쪽(2019.2.1. 생산)
이에 김 씨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한다. 대북 사업을 활용한 쌍방울의 주가 조작 계획을 국정원의 다른 동료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대북 사업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어느 누군가가 얘기를 한 것을 제 동료 직원이 들어서 저한테 얘기를 해줍니다. '쌍방울하고 가까운 누군가를 만났더니 대북 사업도 하고 누구도 영입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아마 올라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제가 주지하던 차에 1월 24일에 통일부 전 차관이었던 김형기 씨가 영입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쌍방울인지 나노스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거기에서 대북 사업의 계획을 발표했을 겁니다. 그래서 주가가 실제로 뛰었고요...대북 사업가인 안부수 회장이 앞에서 끌고 있는 것을 내세워서 주가를 부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그렇다는 얘기를 제가 들은 바도 있어서 이 표현을 그대로 쓴 겁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 국정원 요원 김 모 씨 증인신문 중 (2023.6.20)
요원 김 씨는 "대북 사업가와 대북 브로커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대북 사업가라고 칭해지는 자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그 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아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정리하면, 대북 사업을 매개로 한 쌍방울의 주가 부양 시도는 그 바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는데 요원 김 씨는 실제로 안부수와 김성태의 유착 행보, 국정원 동료의 전언, 쌍방울의 대북 관련 인재 영입과 갑자기 폭등한 주가 등을 교차로 확인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근거로 안부수의 협조자 지위도 종결했다는 얘기다. 

"대북사업가와 대북브로커는 종이 한 장 차이"...쌍방울 만나고 브로커 전락한 협조자

요원 김 씨에 따르면 국정원 보고서 내용은 협조자가 보고한 단순 '전언', 전언이 사실에 가까운지 확인한 '첩보', 교차로 검증을 거친 '정보'로 나뉜다. 김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쓴 내용 중 무엇이 '전언'이고 무엇이 '첩보'인지 구분해서 검사에게 설명했다. 
국정원 협조자의 발탁과 해고는 김 씨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김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국정원에는 이 같은 사안을 결정하는 일종의 '위원회'가 존재하는 걸로 보인다. 블랙요원 김 씨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다른 파트에서도 이미 김성태와 안부수의 '주가 조작'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 내용은 첩보에서 정보로 격상됐고, 안부수에 대한 협조자 종결이 가능했던 것이다.
요원 김 씨는 2급 비밀 보고서 5쪽에 "當院(국정원)과의 과거 협조 관계 보안 유지는 물론 김성태의 물의 야기 가능성 사전 차단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한편 향후 대북사업 추진 시 적법 절차 준수, ○○○ 등을 이해시킨 후 보안각서 징구하겠음"이라고 적었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5쪽(2019.2.1. 생산)
하지만 이후 김성태와 안부수는 북측과 맺은 사업 협약서와 관계자 접촉 사실, 북한 그림 반입, 금지된 사치품 선물 등을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위반 횟수가 너무 많아서 이에 대한 보고서가 나올 정도였다. 요원 김 씨는 안부수와 헤어진 후 손을 뗐지만, 국정원의 다른 요원들이 이들을 계속 모니터했다. 김 씨가 우려한 쌍방울 주가 조작 가능성이 실제로 실현된 정황을 담은 후속 보고서가 나온 것도 그러한 사실을 말해준다.(관련 기사 : [국정원 문건]② 쌍방울, 北 정찰총국 이호남과 '주가 조작' 공모 정황)
2019년 11월 28일자 국정원 보고서 문건. '쌍방울그룹 무단 대북접촉 및 제재저촉 행위로 물의 소지'란 제목이다. 블랙요원 김 씨가 아닌 국정원의 다른 요원이 작성했다. 검찰은 김 씨 외에 다른 요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쌍방울 그룹이 이렇게 대북 제재까지 반복적으로 위반해가면서 필사적으로 대북 사업의 불씨를 살리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 국정원 보고서에 나오는 것처럼 대북 사업을 활용해 자사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분명한 것은 검찰은 2년 가까이 전자의 가능성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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