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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선수 문건 ① ‘1차 작전 선수 문건’ 입수…필적 일치 - 뉴스타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 관련 중요 자료 갖고 있다” 정태호 의원 통해 문건 입수
뉴스타파가 문건을 제보받은 시기는 2022년 9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였다. 제보자인 지인이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국회 사무실에 찾아왔던 날을 정 의원은 기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으니, 국회에서 다뤄보라며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후배한테서 이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연락이 왔어요. 뭔가 김건희와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니까 이거를 이제 누구한테 전달은 해주고 싶은데 나하고 이제 잘 아는 사이니까 국회에서 이제 한번 다뤄봐라.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보 문건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주범 이 모 씨의 개인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주민등록증부터 그의 지장이 찍힌 문서, 그의 사무실이 소재했던 호텔의 메모지, 그와 동거했던 여성의 계좌 명세까지 있었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서 발견된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주민등록증 사본.
이 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처음으로 섭외했던 주가조작 선수로,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때 신한금융투자 등 주식 계좌를 맡겼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때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별도 사건으로 징역 2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태호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한 제보자는 이 씨의 오랜 지인으로, 우연히 이 문건을 손에 넣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의 진위를 단시간에 확인해,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언론사와 협업하는 게 좋겠다고 정태호 의원은 판단했다. 뉴스타파에 제보 문건을 통째로 제보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문건을 즉시 보도할 수는 없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정보들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이 씨가 이 문건의 주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선수 이 씨가 문건을 작성하고 보유했었는지, 이 문건이 이른바 ‘1차 작전 선수의 문건’이 맞는지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이 씨에게 직접 묻는 방법이 가장 확실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 4년 전부터 이 씨는 일관되게 뉴스타파의 질문을 피해 왔다. 취재진은 이 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한 법정에 찾아가 이 씨에게 문건을 보여주며 직접 묻기도 했지만 이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제보자 역시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접촉을 피했다.
법정에 등장한 ‘제보 문건’ 일부…본격 검증 돌입
2022년 10월 28일, 뉴스타파는 한동안 묵혀뒀던 제보 문건을 다시 꺼내보게 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중에 공개된 문건 하나가 제보 문건의 일부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가 주식 계좌를 관리했던 쩐주 양모 씨의 자필 진술서였다.
쩐주 양 씨가 쓴 사실 확인 진술서.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쩐주 양 씨는 ‘사실 확인 진술서’라는 제목의 이 서류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진술서를 선수 이 씨에게 써준 것이라고 했다. 진술서를 쓴 2011년 당시 이 씨가 권오수 회장과 갈등이 있었는데, 권 회장과의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하라며 자신이 이 씨에게 써준 것이라는 취지였다.
○ 검사 : 이 작성을 왜 하신 것인지 기억나는가요.
● 쩐주 양 씨 : 예, 이00 씨가 자기도 권오수 씨가 나쁘게 했다고 말해서 제가 “네가 떳떳하다면 법정에서 우리 세 사람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다”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고발하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제가 써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증인 양00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022.10.28)
이 서류는 ‘양00 작성 사실확인서(4p)’라는 이름으로 법정 증거로 채택됐다. 믿어도 되는 자료라는 의미다.
검찰 수사기록서 선수 이 씨 필적 발견…“동일인 필적 추정” 소견
이렇게 제보 문건의 일부가 검증된 가운데, 얼마 전 뉴스타파는 나머지 문건을 검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쓴 본인 이름 세 글자다. 2023년 9월 뉴스타파가 확보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기록에서 선수 이 씨의 필적을 찾아낸 것이다. 이 씨 소유 물건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쓴 ‘임의제출 확인서’와 증인신문조서 등에서였다.
검찰 수사기록에서 찾은 임의제출 확인서.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본인 이름을 쓴 흔적이 남아 있다.
제보 문건에는 여러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필적들이 담겨 있다. 이중 임의제출 확인서에 쓰인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글씨와 외관상 흡사해 보이는 글자들이 다수 보였다. 이 필적들이 임의제출 확인서의 선수 이 씨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 제보 문건의 주인은 이 씨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1차 작전 선수의 문건으로, 문건 내용들을 보도하는 게 가능해진다.
뉴스타파는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선수 이 씨 필적과 유사한 필적이 남아 있는 제보 문건 3장 그리고 임의제출 확인서에 적힌 이 씨의 필적이 일치하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감정 결과는 “동일인이 썼을 가능성이 높은 필적으로 추정”된다는 것.
필적 감정서의 일부.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필적이다.
김미경 대한문서감정원장은 제보 문건에 있는 김건희 세 글자를 예로 들었다. 김미경 원장은 ‘김’의 받침인 미음(ㅁ)을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타원형 형태로 돌려쓰는 습관이 보인다고 했다. ‘건’ 자의 기역(ㄱ)을 돌려쓰고 받침 니은(ㄴ)을 길게 빼는 특징, ‘희’의 히읗(ㅎ) 자를 돌려쓰는 필적 모두,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필적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음(ㅁ)’을 크게 쓰는 필습이라든지 ‘건’ 자나 이 부분에서 돌려쓰는 필습이라든지 그다음에 ‘니은(ㄴ)’을 장액으로 길게 빼는 습성이라든지 또 이 부분 같이 ‘이응(ㅇ)’을 좌측에서 시작해서 크게 돌려쓰는 필습, 이런 부분은 일반인한테는 조금 보기 드물죠.김미경 대한문서감정원 원장
뉴스타파, ‘1차 작전 선수 문건’ 최종 확인
1년 6개월의 검증 과정을 거쳐, 뉴스타파는 이 문건을 ‘1차 작전 선수 문건’으로 명명할 수 있게 됐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는 앞서 언급한 쩐주 양 씨의 자필 진술서를 포함해, 어느 정도 실체를 추정할 수 있는 문서들과 추가 취재가 필요한 몇 가지 문서들이 섞여 있다.
‘본 계약 체결 조건’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대표적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제안을 받고 주가조작 작전에 참여하기 전, 선수 이 씨가 권오수 회장과의 계약 조건으로 내걸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호 지분 명세’ 문서는 주가조작 선수를 전적으로 믿고, 본인 소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온전히 맡긴 것으로 보이는 쩐주들의 명단으로 추정된다. 이 명단에는 김건희 여사도 있다.
이 씨가 주식 매매를 대리했던 쩐주 양 씨의 증권 계좌 정보 즉,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적힌 서류도 확인된다.
오늘은 이 씨의 문건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김건희 여사의 개입 정황 중 두 가지를 우선 보도한다.
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수천만 원 돈거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선수’ 이 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수천만 원을 보낸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을 통해 입수한 1차 작전 선수의 차명 계좌 내역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수익을 내달라며 계좌만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절연했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되는 또 하나의 증거다.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거래
뉴스타파가 입수한 ‘1차 작전 선수 문건’ 중에는 특정인의 계좌 내역이 담긴 3장짜리 문서가 들어 있다. 문서의 제목은 ‘계좌별 거래 명세표’, 기업은행 신수동 지점에서 2011년 6월 1일 출력된 문서다.
예금주 이름은 권 모 씨로 되어 있다. 취재진은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보유했던 문건 사이에 왜 전혀 무관해보이는 제 3자의 계좌 내역이 포함되어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권 씨는 대체 누구일까.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들어있던 권 모 씨의 계좌별 거래 명세표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법원을 통해 입수한 검찰 수사 기록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자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검찰의 종합의견서에는 선수 이 씨의 검찰 진술조서가 인용되어 있는데, 바로 여기에 권 씨의 이름이 등장했던 것이다.
검찰 종합 의견서 (2022.12.20)에 인용된 2021.2.23자 이00 진술서 일부
○ 이00 : 저는 차명으로 가지고 있던 지인 권OO 명의의 증권 계좌를 이용해서 2-3억 원 정도를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하였습니다.
● 검사 : 이00 명의 계좌는 어떻게 구해서 사용한 것인가요?
○ 이00 : 권00은 제가 이혼했을 때 잠시 만났던 여자친구였습니다.2021.2.23. 이00 진술조서
즉, 권 씨의 계좌는 선수 이 씨의 차명 계좌였던 것이다. 그런데 거래 내역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2010년 3월 4일 오후 3시 8분 1천만 원을 보냈는데, 돈을 받은 상대방 이름이 김건희였던 것이다.
보낸 돈은 1천만 원에 그치지 않았다. 3시 9분과 11분, 12분에 각각 1천만 원 씩을 더 보내서 4천만 원, 여기에 3시 14분 7백만 원을 더 보내서 도합 4,700만 원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의 차명 계좌 내역. 2010년 3월 4일 4천 7백만 원을 송금한 내역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4,700만 원을 송금한 상대방의 이름은 김건희로 되어 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도이치 1차 작전 당시인 2010년 1월 12일부터 29일 사이, 김건희 여사의 신한금융투자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이 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돈을 보낸 3월 4일은 이로부터 한 달이 넘은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였던 2021년 9월 TV 토론에서 “이 씨에게 위탁 관리를 맡겼을 뿐이고 손실을 봐서 돈을 빼고 절연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계좌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절연했을 뿐이라던 이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유는 무엇일까?
1차 작전 선수 “김건희 여사에게 투자 받았다 돌려준 것”
뉴스타파는 공판 기록에서도 관련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4월 22일 공판에서 있었던 검사와 1차 작전 선수 이 씨 사이의 문답이다.
○ 검사 : 증인은 김건희 씨하고도 금전 거래 관계가 있던데 그건 어떤 명분으로 금전거래를 한 건가요?
● 이00 : 그때 무언가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그걸 안하게 돼서 돈을 돌려준걸로 알고 있습니다.
○ 검사: 김건희의 경우에는 투자를 받았다가 안 하게 돼서 돌려줬다는 건가요?
● 이00 :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1차 작전 선수 이00 법정 증인 신문 중 (2022.4.22)
이 씨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외에 모종의 다른 투자를 시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투자는 대체 무엇일까, 이 씨가 하던 사업에 투자한 것일까 아니면 이 씨를 통해 또 다른 주식에 투자한 것일까.
물론 이 씨의 답변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씨와 김건희 여사 사이의 돈거래에 투자나 주식과 무관한 다른 사정,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속사정이 있을 가능성이다.
어느 쪽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설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은 이 씨에게 김건희 여사와의 돈거래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건희 여사 역시 한 차례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의문의 돈거래’의 진실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김건희, 2차 작전 세력과도 돈거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사이의 돈거래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는 2차 작전 세력의 거점이었던 B 인베스트에도 15억 원을 빌려줬다. 이같은 사실은 공판을 통해 공개됐고,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 검사 : 김건희 자금 15억 빌렸죠? 당시 연락을 누가 했습니까?
● B 인베스트 이 모 대표 : 권오수 회장에게 자금을 부탁했고 권오수가 자금이 없어서 알아봐준다고 했습니다. 그 뒤 김건희 씨 자금이 들어와서 투자를 한 겁니다.1차 작전 선수 이00 법정 증인 신문 중 (2022.4.22)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2차 작전 세력과 김건희 여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2차 작전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유죄로 판결된 2차 작전세력의 통정 매매를 직접 승인하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도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다.
단순 ‘쩐주’ 맞나… 대통령실 묵묵 부답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가 단순한 ‘쩐주’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즉 주가 조작 작전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선수’ 이 씨와의 거액의 돈거래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에 단순히 수익을 내달라며 계좌를 맡겼다던 1차 작전 선수 이 씨로부터 김건희 여사가 수천만 원을 송금받은 이유와 경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대통령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에 참여했던 다른 ‘쩐주’의 자필 진술서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진술서에는 이 ‘쩐주’가 작전에서 빠지려고 하자,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빠지지 말라고 설득했다는 증언이 적혀 있다.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에서 그만큼 핵심적인 ‘쩐주’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초기 투자 손해 나자 권오수가 주가조작 선수 소개”
뉴스타파가 입수한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 문건 중에는 이 씨에게 계좌를 맡긴 ‘쩐주’ 양 모 씨가 자필로 작성한 사실확인 진술서가 들어 있다. 양 씨의 자필 진술서는 4장짜리인데, 작성 날짜가 2011년 4월 1일로 되어 있고 끝부분에 양 씨의 도장이 찍혀 있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에게 계좌를 맡긴 다른 '쩐주' 양 모 씨의 자필 진술서 마지막 부분
양 씨는 뉴스타파가 지난달 보도했던 이른바 ‘김건희 유형’의 쩐주 6명 중 한 명으로, 김건희 여사나 최은순 씨처럼 상장 전부터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했던 초기 투자자다. 자필 진술서에는 자신과 권오수 회장의 인연부터 투자하게 된 경위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본인 양OO는 현재 (주)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대표와 부모님의 사업 관계로 약 30년 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우회 상장을 하면 앞으로 성장을 할 것이며 상장에 실패하면 제가 투자한 원금에 이자를 20% 주겠다며 큰 돈을 벌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양 씨는 20%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솔깃해 자신과 부모님의 돈을 합쳐 17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상장 전에는 무상 감자를 당했고 상장 뒤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손해를 봤다. 이에 권오수 회장에게 항의하자, 권오수 회장은 사람 한 명을 소개해 줬다고 한다. 이때 소개받은 사람이 바로 이 문건을 보유하고 있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다.
2010년 1월 23일에 권오수 대표가 저를 만나 삼성 오크우드 호텔 5층 키피숍에 가자고 했습니다. 이OO이란 사람이 있는데 주식을 맡기면 잘 관리를 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김건희 여사 역시 양 씨처럼 도이치모터스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었고, 권오수 회장을 통해 선수 이 씨를 소개받았다.
“증권사로부터 경고 전화 받았다”... 김건희도 사전 인지 가능성 높아
수익을 내줄 거라는 말을 믿고 선수 이 씨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양 씨의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얼마 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몇 주가 지난 후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경고를 했습니다. 내용은 그런 거래를 하면 주식 거래를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놀라서 권오수 대표를 만나 “이OO 주식하는 사람 맞아? 모르는 나도 상식적으로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고 낮은 가격에 사야지. 이 사람은 높은 가격에 사고 있대…증권사들에게 경고 맞았어. 어떻게 된거야?” 라고 물으니 묵묵부답이었습니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낮은 가격에 사지 않고 높은 가격에 사고 있다.’ 이 표현은 당시 선수 이 씨가 양 씨의 계좌를 가지고 시세 조종성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장 이득을 내는 게 아니라 시세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거래를 하다보니,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선수에게 계좌를 맡긴 양 씨는 경고를 받았는데, 김건희 여사 역시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지 않았을까?
지난 2022년 2월, 김건희의 거래 패턴을 분석한 기사 (https://newstapa.org/article/WNoFK)에서, 뉴스타파는 이미 이런 거래 패턴이라면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거래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불공정 거래 점검 항목 리스트’에 나오는 여러 점검 항목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 종목에 대한 거래량이 당일 거래량의 30%를 초과하는 일이 5거래일 중 2일 이상 발생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 점검 항목'에 해당하는데, 김건희 여사 계좌의 경우 하루 거래량의 30%를 초과한 게 5일 가운데 4일이나 됐다.
뉴스타파가 자문을 의뢰한 전직 증권회사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거래 패턴을 보고 ‘증권사의 경고를 받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는 좀 의심스러웠던 게 이런 식으로 종가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서 올리거나 하게 되면 증권회사에서 제재를 해요. 한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이게 몇 번씩 그러면..직원이 제재를 합니다. 저도 제재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직원 선에서 얘기를 듣고 끝내는 게 아니라 반드시 고객한테도 통보를 하도록 돼 있습니까?)
통보를 해야죠. 만약에 이 매매가 잘못돼 버리면 그 직원이 징계를 받거든요. 그 직원이 징계를 받기 때문에 그 직원은 반드시 통보를 해요.전직 증권회사 관계자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전 인지’의 정황이기 때문이다. 사전 인지’ 여부는 주가조작 작전에 돈을 댄 ‘쩐주’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김건희 이름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김건희, '앵커 투자자' 역할한 듯
다시 양 씨의 자필 진술서 얘기로 돌아가자.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양 씨는 의심하게 됐다. 그래서 주가조작 선수 이 씨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오히려 더 많은 주식과 돈을 맡기라고 제안했고, 양 씨는 주저했다. 선수 이 씨는 ‘양 씨가 안 한다면 자신도 안 하겠다’고 권오수 회장에게 말했다. 이때 권오수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수 이 씨가) ‘양OO가 안하겠다고 했으니 안하겠습니다.’라고 권오수 대표에게 말하니,몇 분 후 권오수 대표가 전화를 다시 해 ‘김OO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작전에서 빠질까 아니면 더 깊이 들어갈까를 고민하던 양 씨에게 건넨 권오수 회장의 말은 “김00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는 것이었다. 작전에서 이탈하려는 다른 ‘쩐주’를 설득하기 위해 이름을 댈 정도로 김건희가 이 작전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쩐주’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쩐주' 양 모 씨의 자필 진술서 일부.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적혀있다.
벤처 기업이나 상장을 앞둔 회사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앵커 투자자’라는 게 무척 중요하다. ‘앵커 투자자’는 말 그대로 ‘닻’을 내리는 역할로, 다른 투자자를 안심시키거나 다른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오수 회장의 말로 미루어보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의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오수 고소하라고 진술서 작성해 이 씨에게 줬다”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동원한 설득 때문인지, 양 씨는 결국 작전에 더 깊숙히 들어가게 됐다. 그런 양 씨에게 권오수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권오수 대표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OO아, 너 잘 되면 넌 이 바닥에서 날리는 거야.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며, 배짱이 대단하다고 그 업계 사람들이 말한다” 고 말했습니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양 씨의 모든 주식을 완전히 관리하게 된 선수 이 씨는 ‘선을 넘어가는’ 도박을 했다. 양 씨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가 조작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주가조작에 사채를 끌어 쓴다는 것은 높은 이자 부담은 물론이고 주가가 조금만 내려가도 반대 매매를 당할 위험이 있어, 주가 상승에 올인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양 씨는 그 결과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이 인용한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 씨는 10억 9천만 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계좌상의 숫자일 뿐 사채 이자 등을 정산한 결과를 모두 합하면 양 씨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에게 계좌를 맡긴 다른 '쩐주' 양 모 씨의 자필 진술서. 1심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양 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양 씨는 권오수 회장과 이 씨에게 자신의 손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지만 두 사람 모두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길 뿐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권오수 회장은 이후에 양 씨를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에 양 씨는 자신이 투자하게 된 경위 등을 자필로 써서 선수 이 씨에게 건넸다. 양 씨는 2022년 10월 28일 법정에 나와 자필 진술서 작성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네가 (이 모 씨) 떳떳하다면 법정에서 우리 세 사람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다'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권오수를) 고발하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제가 써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법정 진술 중 (2022.10.28)
자신의 손해가 누구의 잘못인지 법정에서 따져볼 수 있도록 권오수 회장을 고소하는 데 사용하라는 의도로 진술서를 작성해 이 씨에게 건네줬다는 것이다.
양 씨의 진술서 내용은 권오수 회장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법정에서 권오수 대표의 변호인들은 양 씨의 진술서 안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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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촬영 | 정형민 김기철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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